<필리핀 아닐라오 투어 제 2편... 저는 소식가인데 공기만 많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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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돌쇠19 댓글 20건 조회 82회 작성일 25-11-13 12:29본문
<편하게 즐기는 다이빙을 위해 거쳐야 하는 치열한 과정>
아닐라오 투어 후기 1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저는 로그수 30이 갓 넘은 초보 AD입니다. 삶의 각 분야(학업, 연애, 직장 생활 등)가 그러하듯 경험 정도에 따라 생각하는 것도 부딪히는 문제들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다이빙에서는 로그수가 그 경험의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로그북을 작성하며 자신의 수준을 진단하고 다음 다이빙 계획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2편은 아닐라오 도착 이후의 경험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닐라오의 바다는 포근했다.>
자정가까이 마닐라에 도착하고 다린이팀에서 예약한 픽업 차량으로 2시간 넘게 남쪽으로 이동하여 아닐라오 다이빙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바다가 보이고 숙소 가운데 수영장을 갖춘 모습이 조명과 달빛에 비춰지며 해외 투어의 설렘을 끝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이게 바로 해투의 느낌이 구나... ^^.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첫 다이빙이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장비(BCD와 호흡기)들을 문 앞에 내놓으면 현지 헬퍼들이 미리 결합하여 방카에 실어 놓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해가 뜨고 첫 다이빙을 가는 방카는 국내 다이빙 배의 느낌과는 정말 사뭇 달랐습니다. 그 모랄까... 미지의 우주로 향하는 아주 어설픈 비행선 같은 느낌이랄까? 사방에서 펼쳐지는 동남아의 하늘,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물색과 가끔씩 방카 위로 튀어 오르는 물보라까지 한껏 다이빙의 기대치를 높여 주었습니다.


첫 입수의 긴장감은 따스한 수온(평균29도)이 자연스레 녹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하강 후 바닥까지 바로 보이는 시야... 이~야. 이건 모지? 원래 이런건가?... 그리고 바로 마주한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그 후로도 수많은 물고기를 봤지만 이름은 아직도 잘 모릅니다.)
웨이트를 급작스레 줄여서 하강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아닐라오의 바다는 나를 잘 받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팀원들과 버디는 천천히 하강하는 나를 아주 잘하고 있다는 듯이 지켜봐 주었습니다. 제가 요주의 위험 인물이기는 했나 봅니다.
아닐라오의 첫 바다는 그렇게 포근했습니다.


제 사진기는 그냥 핸드폰 들고 들어가 찍은 것이라 영 시원치가 않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어릴적 입맛을 다시 느끼다>
해투를 했던 다이버들에게 식사 문제는 늘 화두에 놓이는 것 같습니다. 이번 투어에서의 식사는... 와이프에게는 살짝 미안하지만 어릴 적 입 맛을 오랜만에 다시 마주했습니다. 이 부분은 그냥 몇 장의 사진으로만 후기 대체 하겠습니다.




<“안따! 즐따!”의 깊은 속 뜻을 이해하다>
흔히 다이버들끼리 “안따, 즐따 하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넨다. 처음 다이빙에 입문했을 때는 그 말 차체가 뭔 말인지도 몰랐었고 이후에 안전한 다이빙, 즐거운 다이빙이란 그 뜻을 알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깊이 생각하지를 못했다.
테크니컬 다이빙을 제외한 대부분의 다이버는 다이빙을 통해 편하게 수중세계를 즐기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나에게도 다이빙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장대한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당분간 편히 즐길 수 있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다. 하지만 공기통을 매고 물속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세상 모든 것의 이치가 그러하듯 그냥 그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투어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 놈의 중성부력 그리고 호흡량 조절...
누구나 다이빙을 어느 정도 한사람이라면 중성부력을 맞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나도 절실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번 투어를 통해서 더 간절해졌다.

위 사진은 팀 동료분이 찍어주신 안전정지 상황이다.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내가 퍼덕거리고 있는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다. 한편 나의 버디님(방장님)은 팔짱끼고 둥둥 그냥 떠 있다. 얄밉다. ^^.
그 상황에서 용솟음 치고 있는 나의 공기 방울은 단적으로 내 공기통이 왜 빨리 소모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ㅠㅠ.
하나의 조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나의 중성부력 혼동과 미흡함.
이것은 다시 중간중간 버디님의 옥토를 대여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 몰리기도 했다. 사회에서 돈 몇 만원 빌리는 것도 벌벌 떠는 나인데... 옥토빌리는 것이 자연스러워 진다. 면목이 없다. 이번 투어에서도 8번의 다이빙 중 3번의 옥토대여 다이빙을 했다. 아마 버디였던 방장님이 무척이나 불안하셨던 것 같다. 내 공기통이 60-70bar만 남으면 일단 물리고 안정정지에 들어가서야 옥토를 거둬가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다행히 투어 후반부로 갈수록 공기량의 소모는 많이 줄었다. 심지어 야간다이빙에서는 50분 가까이 다이빙을 하고도 80bar 가까이 남겨 출수하기도 했다. 이 또한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방장님 왈.. 수심도 얕고 움직임도 적은 야간 다이빙이라서 그랬을 거라고 하신다_(그냥 좋아졌다고 해주셨으면 더 기분이 좋았을텐데...). 하지만 늘 안전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우리 방장님의 속뜻은 '아직 멀었으니 깝치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확히 맞다.
<방장님 저한테 왜 그러세요(웨이트 줄이기와 사투벌이기)>
첫날 다이빙의 버디는 방장님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나의 웨이트를 줄이는 것을 권유(안하면 안 될 것 같은 단호함이 엿보임)하셨다.
나 또한 내가 오버 웨이트인 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초보다이버들이 모두 겪는 하강의 트라우마 때문에 쉽사리 웨이트를 줄이지 못했다.
나의 체중은 73kg, 3mm 웻슈트를 입은 상태에서 백프레이트 5kg, 추가 웨이트 6kg가 일상이었다.
방장님이 추가 웨이트를 2kg만 하란다. 욱...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실은 첫날 다이빙에서도 5.5kg(2파운드 4개+3파운드 1개)로 줄여 나름 하강 민폐를 감수하고 다이빙했었다. 다행히 민폐는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2kg으로 줄이라는 것은 나에게 하강 민폐의 교수형을 내리는 것과도 같은 지침이었다.
둘째 날 아침 나는 정말 죽을 얼굴을 하고 방장님께 조금씩 줄여가 보겠다고 하며 4.5kg로 시작해보겠다고 애원했다. 불쌍해보였는지 무언의 긍정으로 답하셨다.
확실히 웨이트를 줄이니 BC 인퓰레이터를 조작하는 횟수가 떨어지며 물속에서 몸이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호흡은 여전히 불규칙적이다.

(1일차 첫 다이빙 웨이트 설정 로그북)

(1일차 후반부 다이빙 웨이트 조정)

(2일차 웨이트 조정 내용 로그북)
태풍으로 중단된 3일차까지 다이빙을 했다면 방장님 말씀대로 추가 웨이트 2kg만 달고 시도는 해봤을 것도 같은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행히 웨이트를 줄이며 호흡량은 조금씩 조금씩 줄고 안정감을 찾을 수가 있었다.
이제는 정말 중성부력과 웨이트, 호흡량과 그만 싸우고 편히 즐기고 싶다. 하지만 과정없이 어찌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더 다린이팀을 쫒아다녀야 한다는 일념만 남겼다.
<첫 야간 다이빙을 마주하다>
생애 첫 야간 다이빙...
뭐랄까... 암흑의 세계로 던져 넣어지는 것과 같은 두려움이 켰던 것이 사실이다. 렌턴 두 개를 배터리 이빠이 충전하고 또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실제 그것이 생명줄이었고 나의 눈이 되었다.
이때는 카메라도 챙기지 않았다. 나는 나의 주제를 비교적 잘 파악하는 편이다.
그러나 야간 다이빙은 걱정만큼 두려움이나 심리적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믿을 수 있는 버디와 배려를 먼저 실천하는 다린이팀에 대한 신뢰는 하강부터 출수할 때까지 새로운 경험에 대한 만족감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암흑의 바다... 해 보지 않았으면 그 낌을 어찌 알까?... 나는 두 번이나 아닐라오의 밤 바다를 착실히 경험했다. 암흑 속의 우주를 다녀온 것 같다.
<사주에 나왔던 귀인(좋은 팀 다린이)>
아닐라오의 좋은 경험과 추억은 다린이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주를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 후반부의 귀인들이 있다고 했었다. 다린이팀과 팀원 여러분이 그 귀인들인 것 같다.





<자꾸 욕심이 난다(관심과 흥미 – 집중 – 반복의 원리)>
투어를 마치고 자꾸 욕심이 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좀 더 편해질 수 있을텐데...
다린이 팀에 첫 가입했을 때 방장님께 “초보자라서 민폐가 될까봐 걱정입니다.”라고 했더니 방장님 왈 “여기는 다 그렇게 시작합니다.” “열심히 하셔서 다른 초보자분들을 도와주실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저는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이빙에 첫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체험다이빙을 시켜줄 수 있는 능력을 쌓는 것이 제 다이빙 인생의 마지막 목표이다.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생각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게 해 준 이번 아닐라오 투어는 저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방향과 다른 또 다른 과제와 희망을 준 기회였습니다.
함께 해주셨던 다린이팀원들게 이 자리를 빌어 진심의 감사를 올립니다. 다린이팀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더불어 500로그와 100로그를 달성하신 영음님, 광희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2일차 버디를 맡아주신 정숙님(지난 제주에서 내생애 첫 옥토를 빌려주신 은인)께도 별도의 감사를 드립니다. ^^.
이제 33로그를 완성한 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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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꼬따오병아리님의 댓글
꼬따오병아리 작성일
한편 나의 버디님(방장님)은 팔짱끼고 둥둥 그냥 떠 있다. 얄밉다. ^^... ㅋㅋㅋ 얄미운 방장님~>..<
3부도 얼른 올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돌쇠19님의 댓글의 댓글
돌쇠19 작성일ㅠㅠ.. 3부는 없어요. 그래도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 다른 팀원들이 더 나은 영상과 내용으로 올리실 거예요.
reena08님의 댓글의 댓글
reena08 작성일같이 다녀왔는데도 3부가 기다려집니다아...ㅋㅋㅋㅋ
reena08님의 댓글의 댓글
reena08 작성일한편 나의 버디님(방장님)은 팔짱끼고 둥둥 그냥 떠 있다. 얄밉다. ^^....... 저도 큰 공감으로 복사해두었는데요 ㅋㅋㅋ 이미 댓글이.... ㅋㅋㅋㅋ
방장님의 댓글
방장 작성일
2kg와 4kg 사이에서 흥정하고나서 너무 제 욕심으로 웨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드렸나...하고 후회와 걱정을 했습니다. 천천히 적응하시고 줄여가면 되는 것을요 ㅎㅎㅎ
그리고 60바 남았을때 제 공기를 드린것은 불안해서는 아니였고, 출수 직전에는 남은 60바로 자유롭게 안정정지도 하고, 출수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고, 다이빙 마지막에 혹시 공기가 더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미리 드렸습니다. 절~~~대 형규님이 불안해서가 아닙니다. .저의 과잉 대응이 맞습니다^^
그래도 첫 해투가 즐거우셨다니 제 마음도 뿌듯하네요 ^^
돌쇠19님의 댓글의 댓글
돌쇠19 작성일암뇨.. 그렇게 이야기 해 주시니 기쁨니다. 다음 세부 투어에서는 웨이트 2kg 도전(차근히^^)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기님의 댓글
서기 작성일
후기 읽고 나니 아닐라오 안가도 되겠습니다. 현장감 짱입니다^^
참 그리고 저 체험다이빙 시켜주세요~ ㅎㅎ 목표달성ㅋㅋ
돌쇠19님의 댓글의 댓글
돌쇠19 작성일그게 말입니다. ... 다 레벨이 있고 자격이 있다고 합니다. 많이 기다리셔야 할 듯 싶습니다.
북극곰님의 댓글
북극곰 작성일토요일 저와 버디 할 수 있었는데 파도 때문에 못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ㅎㅎ 마지막 날 저녁 자리에서 형규님과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느꼈던 점은 긍정적이시고 현명하게 판단을 하시는 것 같아 참 배울 점이 많은 분임을 느꼈었습니다. 아닐라오 일정 내내 정말 수고 많으셨고 다음 투어 때 꼭 같이 버디 하시죠^^
돌쇠19님의 댓글의 댓글
돌쇠19 작성일다음 다이빙에서 북극곰님과 버디 꼭 하고 싶습니다. 제가 어디 널부러져 있어도 한 손으로 끌어주실 수 있는 북극곰님.. ^^. 북극곰님과 다린이 팀원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Soul님의 댓글
Soul 작성일방장님 얄미움 십분 공감합니다 ㅋㅋㅋ 그래도 여유롭게 즐기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겨울에 용평에서 뵐 수 있기를!
자습이님의 댓글
자습이 작성일ㅎㅎ 안전정지때의 파닥거림 격하게 공감이 가네요 ㅎㅎㅎㅎ
돌쇠19님의 댓글의 댓글
돌쇠19 작성일공감하는 동료가 있음에 한시름을 덤니다. ㅎㅎ
Dasepapa님의 댓글
Dasepapa 작성일나홀로 낙오된 후기는 없네요 ㅎㅎㅎ 첫 해투 안따 즐따, 낙오, 무사 복귀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될겁니다. ^^
수박군님의 댓글
수박군 작성일낙오 후기 요청합니다~
돌쇠19님의 댓글의 댓글
돌쇠19 작성일자꾸 낙오 후기 요청하시면 제 부끄러움이 배가 됩니다. 할 말은 많지만 다음 투어에서 뵈면 해드릴께요. ^^. 저 2월로 공지된 세부 다린이 투어도 갑니다.
wasabi님의 댓글
wasabi 작성일
미지의 우주로 향하는 아주 어설픈 비행선
크흡~!@!~~~!~!~! 표현이 넘 멋집니다!!!!
참고로,, 팁 입니다.
파닥임도 힘들다??
그럼 자연스럽게 파닥파닥 방장님 뒤로 돌아서 1단계를 잡으면 세상 편안~~ 합니다
돌쇠19님의 댓글의 댓글
돌쇠19 작성일오호라~. 그런 방법이 있군요. 근데 안전정지 중 방장님과 뚫어지게 아이컨택 하고 있는데 뒤로 가는게 쉬울까요? 그것도 기술이 필요할 듯...ㅠㅠ.
wasabi님의 댓글의 댓글
wasabi 작성일
그렇다면..음..
뒤에 뭔가가 나타난 척 수신호를 하고 방장님이 돌면 잡는 방법은 어떠신지요?? ㅎㅎㅎㅎ
백곰님의 댓글
백곰 작성일
감사합니다
-공기 아주많이 먹는 백곰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