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희의 Deep Dive⑥]
팔라우 '블루 코너', 다이버 위한 가장 아름다운 종합선물세트
- 입력 2023.12.13 06:00
엄청난 크기 '나폴레옹 피시' 애완어류처럼 졸졸 따라다녀
얇은 빗줄기가 내리기 무섭게 거세고 굵은 비가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마치 대지와 전투를 치르는 듯 하다. 가미가제 같이 자신마저 내던지는 돌진. 하지만 이 전투에서 늘 대지가 승자다. 비는 대지를 적시고 흥건히 젖게 할 수 있지만 그 시간은 짧다. 그렇다 해도 이 거칠고 굵은 빗줄기는 그 자체가 통쾌하다. 비록 이기진 못한다해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경쾌함과 장렬함이라니.
팔라우는 변화무쌍한 하늘을 가졌다. 하늘을 채우는 주인공들은 구름이다. 이 곳에는 푸름으로만 도배된 하늘은 볼 수 없다. 그 속에 다양한 모습의 구름이 떠 있다. 하늘이란 도화지에 구름이 그림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흰색 구름 뿐만이 아니다. 스콜의 주인공인 회색구름도 자신의 존재를 뽐낸다. 흰구름이 2D라면 희색구름은 비를 내뿜으로서 3D를 완성한다.
하루에도 몇 번 팔라우는 회색구름이 주인공이 된다. 회색구름이 만드는 3D 장면을 시원하게 그리고 고즈넉이 바라본다. 지금은 오롯이 나를 위한 여행이기에 서두를 이유나 비 맞을 것을 고민한 필요가 없다.
구름은 낮았고 하늘은 푸르렀다. 바다는 하늘을 품고 있었다. 마치 장판을 깔고, 다림질을 해 놓은 듯한 잔잔한 바다, 오늘은 블루코너(Blue Corner)와 블루홀(Blue Holes)을 갈 수 있다.
바다가 용인해야 갈 수 있는 곳.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한 9월, 바다는 평소보다 거셌고, 블루코너와 블루홀은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10일째 되는 날, 거센 파도를 뚫고 첫 블루코너와 블루홀을 경험했다. 그리고 매년 블루코너는 팔라우 방문 시 무조건 찾아가는 곳이 되었다.
바다는 같은 포인트라도 입수시간과 바닷속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블루코너는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사했고 늘 감동적이었다. 지금까지 10번 이상 블루코너를 들어갔지만 언제나 다시 가고 싶은 포인트 1순위 중의 하나다.
"전 세계 다이버들이 꼭 가고 싶어 하는 곳"
이 문장 하나로 설명이 가능한 곳이 바로 ‘블루코너(Blue Corner)’다. 전 세계에 많은 다이빙 포인트들이 각각의 색깔을 갖고 있고 그 곳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라면, 블루코너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블루코너를 다녀오지 않은 다이버라면 무조건 권한다. 바로 블루코너로 가라고.
팔라우 블루코너는 세계에서도 손꼽는 다이빙 포인트이면서 비교적 접근성도 좋아 스쿠버다이버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바다 속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라고 처음 느껴본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코로르에서 1시간 여를 선박으로 이동하면, 블로코너와 블루홀이 이어진 지점에 다다른다. 보통 1일 다이빙 코스로 블루코너 2회와 블루홀 1회 다이빙으로 구성되며, 바다 상황에 따라 일정은 조정된다.
블루코너는 Incoming과 Outgoing 두 입수지점으로 나뉘다. 만나는 지점은 중앙인 블루코너의 중앙으로 만나는 지점은 같지만, 입수하는 곳이 오른쪽, 왼쪽으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월을 오른편으로 끼고 가는 곳이 Incoming이고, 월을 왼편에 두고 나아가는 곳이 Outgoing이다.
블루코너는 늘 여전하다. 입수하자마자 Redtooth trigger fish와 Black snapper 등 각종 어류 무리들이 반긴다. Incoming 지점으로 입수하면, 월을 가득 메우고 있는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가득하다. 물 반 고기 반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꽤 유영을 해야만 블루코너의 중심부에 이른다. Outgoing 지점은 비교적 가까이 블루코너의 중심부에 닿는다. 모두 Corner를 향해 나아가지만 느낌이 다르다. Outgoing은 조금 거친 느낌이 있다면 Incoming은 온화한 느낌이다.
월을 끼고 블루코너에 닿으면 거센 조류가 우리를 반긴다. 여기서부터 블루코너의 진면목이 시작된다. 단, 여기서는 조류가 거세어 멈추어 풍경을 조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서는 조류걸이를 걸어야만 거센 조류를 맞으며 블루코너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블루코너의 월을 가득 메우는 어마어마한 무리들을 만날 수 있다. 조류걸이를 걸면 멈춘 자리에서 조류의 흐름을 온 몸으로 받으며, 마치 영화를 보듯 블루코너의 다양한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다.
수많은 어류들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월 아래에는 상어 무리들이 바다를 휘저으며 자신의 영역임을 보여준다. 잭피시(Jack Fish)의 거대한 무리가 나타나 한참 군무를 보이면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블랜 핀 바라쿠다(Black Fin Barracuda) 무리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블루코너의 진면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조류걸이에 몸을 기대어 블루코너 극장에 눈을 집중했다. 연이어 다른 어종의 무리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군무를 펼치면서 블루코너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블루코너의 평지는 조류가 없이 여유롭게 유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조류걸이를 풀고 돌아서니, 이 포인트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바로 엄청난 몸크기를 자랑하는 '나폴레옹 피쉬(Napoleon fish)'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금방 사라질 것 같지만 나폴레옹 피시는 이 곳의 주인이자 사진 모델이다. 우리 곁을 유유히 돌아 다니며 '촬영'을 강요한다.
다이빙 내내 우리를 따라 다니며 마치 애완견처럼 애교를 부린다. 손에서 뭐라도 주는 포즈를 취하면 바로 다가오다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채면 유유히 사라진다. 쉬운 녀석인줄 알았다면 너무 감동할 필요가 없었다고 여기게 한다. 물 속에서도 계속 이 녀석 때문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폴레옹 피시는 놀래기과의 속하는 어류다. 우리 말로는 큰양놀래기로 불리며 영어로는 Humphead wrasse다. 놀래기과 내에서 상당히 대형 어종에 속한다. 몸길이는 일반적으로 약 1m이며, 최대 2.3m, 180kg까지 자라기도 한다. 성숙한 개체는 머리에 혹이 튀어나와 있는데, 이것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바이콘을 닮았다고 하여 '나폴레옹 피시'라고 부른다.
화려하지 않은 산호지대지만 이 곳은 형형색색의 다양한 어류들이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그야말로 찬란한 수중 생태계다. Yellowtail blue snapper들의 무리를 비롯해 Common blue stripe snapper, 여러 종류의 Fusilier, Pyramid fish 등 다양한 어류들과 가끔 Bump head parrot fish, Giant Trevally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빅아이 바라쿠다(Big Eyes barracuda)도 나타나 '인사'를 하고 지나가고, 거북이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다 사라진다. Soldier fish는 산호 곳곳에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Butterfly fish는 곳곳에서 커플로 돌아다닌다. 문어는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다. 그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어종들이 블루코너 포인트에서 마치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아가듯 모습을 드러낸다. 5월이 되면 산호지대 곳곳에서 산란을 앞둔 그루퍼(grouper)들도 만날 수 있다.
바다는 같은 포인트라도 입수시간과 바닷속 상황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블루코너는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사한다. 지금까지 10번 이상 블루코너를 들어갔지만 그래서인지 늘 갈 때마다 새로웠다.
다양한 어종들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곳, 블루코너는 늘 다이버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제공한다. 언제 가든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다이버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블루코너는 푸름 안에서 더욱 푸름을 만들어 내는, 수중 생태계의 찬란한 아름다움이 그리고 삶이 살아 있는 곳이다.
블루코너는 늘 다이버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한다. 언제 가든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다이버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넘친다. 블루코너는 ‘신들의 바다정원’을 대표하는 포인트이자, 전 세계 다이버들에게 허락된 가장 아름다운 선물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