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5.23 10:27
울릉도, 하늘 허락해야 접근 가능 '최고 포인트'…'국내 3대장' 울진 왕돌초·울릉도 쌍정초·추자도 중뢰
대한민국에서 다이빙이 가능한 지역은 크게 네 곳으로 구분된다. 동해바다, 울릉도, 제주도, 남해바다이다. 서해는 레크레이션으로 즐길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지 않아 다이빙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이버들 간에 대한민국 최적의 스쿠버다이빙 시기에 대한 의견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바다의 환경과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내 의견을 전한다. 각 지역의 주요 포인트별 소개는 다음 기회에 상세히 전할 예정이다.
◆동해안, 대한민국 다이버 강하게 키워
동해는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다. 고성, 속초, 양양, 강릉, 울진 등 다이브 사이트는 동해안을 따라 형성돼 있다.
다이빙 적기는 6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이며, 최적기는 8월에서 11월 중순이다.
수온은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18도에서 25도 정도 사이에 형성된다. 이 시기에도 안타깝게도 시야는 썩 좋지 않은 편이다. 5~10m 내외 정도.
때떄로 청물이 들어오는 날에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쨍하게 맑은 바닷속 모습을 선사한다. 특히 11월에는 가끔 청물이 들어와 강릉 앞바다의 대표 포인트인 ‘스텔라’ 난파선의 전부와 ‘물 반 고기 반’의 압도적인 장면을 제공한다.
겨울과 초봄은 낮은 수온으로 다이빙이 쉽지 않으며, 여름철에는 당일 날씨에 따라 입수 여부가 결정될 만큼 파고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 또한 수중환경 역시 화려하지 않다. 앞바다는 성게가 점령했을 정도로 황량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강릉과 양양 등의 주요 포인트들은 인공조형물을 빠뜨려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시간이 자연스레 지나면서 인공조형물이 새로운 수중생태계를 조성한다.
특히 강릉의 경우 난파선을 비롯, 독특한 인공조형물 포인트도 유명하다. ‘엠버’라는 대형 난파선 포인트와 ‘함 가볼레오’라는 난파선 포인트가 있다. 어느새 강릉 앞바다의 상징이 된 ‘스텔라’라는 인공적으로 빠뜨린 난파선 포인트도 존재한다. 지난해에는 해중공원에 탱크 등도 빠뜨려 새로운 포인트로 조성했다.
동해는 시야가 보장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동해를 찾는 다이버들이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자주 들어가야만 가끔은 선물처럼 시야가 터지는 날을 만날 수 있다고. 그리고 동해 바다는 입수하자마자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남아 바다와는 달리 심심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라는 말로 위로를 한다. 동해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다이버라면 험난한 환경에서 다이빙을 경험한 다이버라는 수식을 붙일 수 있어 동남아 바다를 천국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동해만큼 접근성이 좋은 곳은 없기에 대한민국 다이버라면 동해안은 필수적으로 찾아야 하는 지역이다.
◆제주도, 대한민국 대표 수중정원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위한 최적의 사이트는 제주도라고 평가한다.
제주도에는 크게 다섯 곳의 사이트가 있다. 대표적으로 문섬, 범섬, 섶섬이 위치한 서귀포 앞바다와 성산포, 비양도·금능, 우도 그리고 추자도다.
이 중 대표 사이트는 바로 서귀포 앞바다다. 제주도의 바다는 늦겨울과 초봄을 제외하고는 5㎜ 웻수트로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세계적으로도 빠지지 않는 연산호 군락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더해 어종의 다양성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누디브랜치(갯민숭달팽이)를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다이브센터가 모여 있는 곳이며, 심지어 코로나 시기에는 필리핀 세부 등에서 다이빙리조트와 센터를 운영하던 강사들이 제주도에 터를 잡으면서 무려 200여개가 넘을 정도였다.
성산 앞바다도 다이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풍경은 압권 중의 하나이며, 다이브 포인트 역시 비교적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지역 다이빙 포인트는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입수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을 준다.
추자도는 제주도에 속해 있지만 뱃길로 1시간 여 떨어져 있어, 제주도와는 다소 다른 느낌을 준다. 시야는 썩 좋지 않다. 낚시꾼들의 로망이라고 불리우는 대물 낚시 포인트들이 많아서 다이버들보다는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표적으로 추자도에서도 한참 떨어진 ‘절명여’의 경우 낚시꾼들의 로망으로 불리운다. 대물 낚시로 유명한 곳으로, 조류가 거세어 다이빙 포인트로는 개발이 되지 않았으나, 2021년 대한민국 다이버팀 최초로, 그 바닷속을 탐험한 바가 있다. 절명여는 그야말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천혜의 다이빙 포인트. 대물로 불릴 크기의 돌돔, 자리돔, 아홉동가리, 범돔, 붉바리, 벵에돔, 불볼낙 등 수많은 어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바위에는 다양한 모습의 '누디브랜치'도 만날 수 있다. (https://blog.naver.com/opensky2000/222515448484)
이밖에 제주도는 형제바위 등이 압권의 모습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학술 목적 외에는 입수가 금지되어 있다.
제주도에선 4계절 모두 다이빙을 할 수 있지만 다이빙 적기는 6월에서 11월이다. 이 시기 수온은 18도에서 높게는 28도까지 올가가도 한다. 9월의 바다는 마치 동남아 바다를 연상하게 만든다. 12월부터 2월까지도 웻수트로 다이빙이 가능하다. 수온이 1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15도 밑으로 내려가는 3월은 드라이수트가 아니면 접근하기가 힘들다.
다만, 최근에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수온이 1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네모네피쉬 등 동남아에서 유입된 어종들이 제주도 바다에서 터를 잡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울릉도, 연안 바다와 달리 청정하고 맑아
울릉도는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경험이 많은 다이버들이 손꼽는 대한민국 최고의 다이브 사이트다. 동해에 속하지만 동해 연안의 바다와는 완전 차별화된 청정하고 맑은 시야의 바닷속 모습을 보유하고 있다. 파도가 부딪혀 다시 바다로 밀려나오는 곳이 아니라 거센 물결이 울릉도를 부딪히며 비껴가기에 청정한 바닷속이 유지되는 이유라고 일부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울릉도는 다양한 다이브 포인트를 갖고 있다. 거북바위의 비치 다이빙과 가재굴, 콧구멍 포인트 등의 동굴 다이빙, 거대한 판타지 세계 같은 공암(코끼리바위) 포인트, 대왕과 모자반 등의 가득했던 칼바위 등의 암초 포인트 등이 있다. 딥 다이빙과 깊은 수심의 해송지대와 붉은 빛의 뿔산호와 딸기산호를 만날 수 있는 죽도 포인트, 국내 3대 포인트로 손꼽히는 거센 조류의 쌍정초 등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포인트들이 다이버들을 유혹한다.
울릉도 바닷속은 기본적으로 암석지대로 이뤄져 있다. 감태와 비슷한 해조류의 대황류를 비롯해 모자반 등 다양한 해조류가 울릉도 바닷속에 가득 자라나 숲을 이룬다. 돌돔과 참돔, 자리돔, 용치놀래기, 쥐치, 능성어 등 다양한 어종이 무리 지어 다니며, 쌍정초 같은 조류가 강한 포인트에서는 방어떼의 강렬한 군무까지 경험할 수 있다. 암초에는 전복부터 소라들이 곳곳의 포인트에서 아름다운 수중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이빙 적기는 5월부터 10월이며, 11월부터는 거센 파도로 인해 울릉도 입도가 불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겨울 3개월 동안은 바다가 거세다. 울릉도 현지인들도 경북 내륙지역에 나와 겨우살이를 할 정도로 살기가 불편하고 입도도 힘들다.
겨울이 아니더라도 울릉도는 쉽게 입도를 용인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흔히 말해 선택된 자들에게만 허락된 섬이다. 다이버들 사이에서 통하는 말이 있다. ‘제주도는 원하면 갈 수 있지만 울릉도는 그렇지 않다’.
입도하는 날짜에 기상 상황으로 배가 뜨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1년에 절반은 배가 뜨지 않는 곳이다. 그렇기에 하늘과 뜻이 맞아야만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다. 오랜 기간 다이빙을 즐겨온 다이버들이라면 울릉도 계획을 잡더라도 실제 날씨로 인해 입도하지 않은 경험이 한 두 번 정도는 있다.
또한 울릉도에는 현재 총 4곳의 다이브센터가 운영 중이어서 수용할 수 있는 다이버의 숫자도 제한적이다. 아무리 날씨가 좋더라도 다이브센터의 정원이 다 찬다면 울릉도 다이빙은 즐기기 어렵다. 따라서 울릉도 다이빙을 계획한다면 미리 다이브센터에 예약을 해야 하고, 또한 입도 당일 바다가 허락해야만 울릉도행이 가능하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곳이다.
◆남해, 아기자기한 바닷속 다도해
남해바다는 통영, 거제도, 매물도, 홍도 등에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5월부터 11월까지가 적기다. 산호와 해조류의 아름다운 수중정원과 다양한 어종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부유물이 많아 시야가 좋지 않아 아쉬움을 토로하는 다이버들이 있는 편이다. 남해바다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거제도 다이빙 경험 밖에 없어 구체적인 평가는 추후에 할 계획이다. (https://blog.naver.com/opensky2000/222414442776)
한편, 대한민국에서 다이빙 포인트의 3대장이라고 불리우는 곳이 있다. 조류가 거세어 바다가 허락해야만 닿을 수 있고, 다이빙 경험이 많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다. 울진의 왕돌초, 울릉도의 쌍정초, 추자도의 중뢰 포인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 포인트 모두 늘 파도가 거세고, 거센 바닷속 조류로 인해 포인트에 도착하더라도 바닷속 상황에 따라 입수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도전이 쉽지 않은 만큼 최고의 바닷속 풍경을 가지고 있다. 조류가 거센 곳에는 다양한 어종을 비롯해 늘 대물이 무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