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월, 한국 다이빙 최적기…수온 높고 시야 맑아 [곽상희의 Deep Dive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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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희의 Deep Dive㉓] 9~11월, 한국 다이빙 최적기…수온 높고 시야 맑아
- 입력 2024.05.09 12:10
4월까지 바다는 '겨울'…육지보다 한 계절 늦어
계절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는 5월은 연중 가장 날씨가 좋고 쾌적해 활동하기 좋은 달이다.
아카시아는 고운 자태를 드리우며 꿀벌을 불러 모으고, 선홍빛의 철쭉과 장미는 세상을 사랑과 열정으로 물들인다. 지난 3~4월 꽃을 피운 나무들은 어느새 청록의 잎새로 옷을 갈아입는다. 일년 중 가장 자연의 활동이 왕성한 때이자 화려함으로 무장한 시기다.
그렇다면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바다에도 봄이 왔을까?
한국 바다는 육지와 마찬가지로 4계절의 특성에 맞게 변해간다. 다만 지상의 계절과 달리 한 계절 늦게 찾아온다. 스토브 효과와 같은 개념으로, 태양이 바다 안을 변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바다의 수온은 해류의 이동이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바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해류는 쿠로시오 해류로 지류인 쓰시마 난류가 삼면의 바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동해바다의 경우 대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류는 수온이 낮고, 염분이 낮은 리먼 해류의 지류인 북한한류와 수온이 높고, 염분이 높은 쿠로시오 난류의 지류인 쓰시마난류와 그 지류인 동한난류이다. 이 해류들의 영향으로 인해 수온이 변화한다.
한류는 고위도에서 저위도로 흐른다. 통상 수온과 염분이 낮고 용존산소량이 적은 반면 영양염류가 높아 식물성 플라크톤의 생성이 활발하다. 대신 바다는 플랑크톤으로 인해 시야가 맑지 않다.
수온이 높은 난류는 적도 부위의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흐르며, 한류와 반대의 성질을 보인다. 따라서 부유물이 적어 물이 맑고 깨끗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태양의 강렬함과 더불어 이 같은 해류가 만들어낸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바다는 옷을 바꿔 입는다. 통상 5월이 지나면서 쓰시마난류와 그 지류인 동한난류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강렬해지는 태양과 함께 바다의 온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스쿠버다이버들 사이에서 청물이 들어온다는 개념이 있다. 바로 대한해협을 지나는 쿠로시오 해류의 지류인 쓰시마난류가 동해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바다는 맑고 깨끗한 시야를 선보인다.
대지에선 봄이 한창일 때 바다에서는 한창 늦겨울이 진행 중이다. 일년 중 바다 수온이 가장 낮을 때가 2월에서 4월까지이다.
강원도의 봄바다는 극강의 추위를 경험할 수 있다. 2월부터 4월까지 평균 수온은 수면온도를 기준으로 10도에서 15도 사이이지만, 실제 체감하는 바닷속 온도는 더 춥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온은 확 떨어진다. 수심 10m 지점부터는 추위로 노출된 피부는 누군가 찌르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찌릿함이 밀려 든다
양간지풍이 부는 초봄에는 강릉 등 동해바다의 기온은 10도 밑으로 떨어진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온이 내려가는데, 수심 30m 지점의 온도는 3도까지 떨어질 정도다. 18도가 목욕탕 냉탕의 온도임을 감안할 때 10도 이하의 추위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불러온다.
한국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인 제주도의 바다 역시 2월, 3월이 가장 춥다. 난류의 영향을 받는 제주도 바다의 수온은 15도가 기준이 된다. 최근 들어 온난화의 영향으로 15도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없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과 3월의 바다는 13도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 한국 바다는 봄을 준비 중이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흩날리고 꽃가루가 대지를 비행하듯이 바닷속 5월과 6월은 대지의 봄처럼 분주하고 부산하다. 해조류와 해초류 등의 왕성한 활동이 시작된다. 많은 어종들이 산란기를 맞는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느낀 나의 경험을 통해 계절별 바다의 특성을 소개한다.
스쿠버다이버들에게 대지의 봄은 다이빙을 준비할 시기다. 완벽한 방수를 자랑하는 기능성 드라이수트를 입고 추운 바닷속을 유영할 수는 있지만, 가리지 못하는 얼굴과 손(손까지 드라이수트로 보호할 수 있다)은 추위를 고스란히 받아 들여야 한다.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서면 벌겋게 상기된 얼굴과 손에 전해오는 찌릿찌릿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초여름의 바다는 분주하다. 마치 꽃가루 휘날리는 봄날의 대기처럼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수중생태계의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초여름의 바다는 온갖 수중생물들이 만들어 내는 부유물로 인해 시야가 좋지 않다. 얕은 수심에는 미역, 감태, 다시마 등의 해조류들이 길게 자라나면서 물 속 조류에 마치 춤을 추듯이 흔들린다. 이와 함께 막 태어난 엄청난 수의 해파리들이 얕은 바닷속을 유영하고 다닌다.
스쿠버다이버에게 초여름은 비교적 낮은 수온과 다양한 부유물로 인해 시야가 좋지 않고, 바닷속 조류는 거센 편이어서 유영하기에도 쉽지 않다. 엄청난 수의 해파리의 공격은 바닷속 탐험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늦여름 바다는 서서히 안정을 찾는다. 강렬해진 태양과 밀려오는 난류로 인해 수온은 올라가고, 물은 맑아진다. 청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차는 시기로 다이버에게는 본격적인 다이빙의 시즌이다.
다만, 태풍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태풍은 지상 뿐 아니라 바닷속까지 뒤집어 놓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울릉도를 강타한 ‘마이삭’과 ‘하이선’이 울릉도 지상은 물론 대황으로 가득했던 울릉도의 바닷속을 황폐화시키기도 했다.
가을이 되어서야 바다는 안정을 되찾는다. 여름의 녹음이 강렬하듯 한 시즌 늦게 계절이 찾아 드는 바닷속 풍경도 강렬해진다.
9월에서 11월에 이르는 가을은 대한민국 바다를 찾는 다이버들에게는 최적의 시즌이다. 연중 가장 이상적인 수온과 맑은 시야는 최상의 조건을 선사한다. 초봄과 여름을 거치며 몸집을 키운 방어와 부시리, 참돔 등의 대형 어종과 바닷속을 가득 메운 자리돔, 볼락 등 대한민국의 대표 어종들의 거대 무리를 만날 수 있다. 물 반 고기 반의 진풍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시기다.
겨울의 바다는 슬슬 추위를 준비한다. 한류의 영향이 강해지고, 쌀쌀해지는 대지의 기운이 서서히 바닷속으로 스며든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서서히 차가워지는 수온은 웻수트로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기능성 수트로 방수가 되는 ‘드라이수트’로, 대한민국에서 사계절을 즐기고자 하는 다이버에게 필수적인 장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적기는 6월부터 11월로 정리할 수 있다. 수온 역시 18도에서 28도 수준으로 형성된다. 5㎜ 웻수트로 추위를 덜 느끼게 되는 통상적인 기준이 18도라고 볼 때, 웻수트로도 충분히 바닷속 탐험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드라이수트 등의 기능성 장비를 이용한다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자.
한편, 현재 우리나라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은 크게 네 곳으로 나눌 수 있다. 동해안, 울릉도, 제주도 그리고 남해안이다. 단, 서해는 시야가 레크레이션으로 즐길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지 않아 다이빙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음 회에서는 각 지역별 특징과 스쿠버다이빙 적기에 대해 소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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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야생마님의 댓글
야생마 작성일
계절도 한 박자 늦고,
부력 반응도 한 박자 늦고....
Meeya님의 댓글
Meeya 작성일섶섬 구두미, 울릉도, 제주 문섬 안가봤는데 가보고 싶네요 ㅎㅎㅎ
8c850897님의 댓글
8c850897 작성일
9월~11월 한국바다 기대되네요
많이 가보고 싶습니다^^